
< 부정, 그 발생패턴과 내부통제 >
노준화 교수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미국 워싱턴주 공인회계사)
1. 경영자 중심 부정에서 직원 중심 부정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부정 양상은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경영자가 중심이 되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불법 행위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제도 정비 이후, 과거와 같은 대규모 조직적 비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권한을 가진 직원이 장기간에 걸쳐 소액을 반복적으로 빼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기업의 통제 환경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2. 최근 부정의 패턴과 특징
한국상장회사협의회(2025)의 연구는 최근 3년간 판례 300건과 상장사 관리자 설문을 종합하여 부정의 특징을 보여준다. 적발된 사례 중 가담자의 절반 이상이 입사 1년 이내 직원이었다. 초범의 비율이 86퍼센트에 달했지만, 선처 이후 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부정은 한 번의 대규모 사건보다는 생활비 마련, 채무 상환, 도박이나 주식 같은 투기성 투자와 연결된 소액 횡령이 반복되며 누적되는 형태가 많았다. 즉, 일상 적인 필요나 부담을 충당하기 위해 조금씩 장기간에 걸쳐 자금을 빼돌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3. 부정을 밝혀내는 통로와 한계
부정은 주로 내부 제보를 통해 드러났고, 그 다음으로 일상적 점검이나 내부감사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그러나 외부감사에서 적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는 외부감사가 주로 재무제표의 적정성 검토에 초점을 두고 있어, 개별 직원의 일상적 부정행위를 발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제도의 존재 자체보다 실질적인 작동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4. 인간 행동과 내부통제의 의미
행동경제학에서는 자물쇠의 비유를 통해 내부통제의 효과를 설명한다. 허술한 자물쇠라도 잠겨 있다는 사실만으로 절도 시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통제 역시 마찬가지다. 내부통제는 직원이 부정을 저지르려는 순간에 작은 ‘인지적 마찰’을 일으켜 다시 한 번 행동을 재고하게 만든다. 이는 대다수 선량한 직원들이 일시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기업문화와 윤리적 분위기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5. 결론
오늘날 기업 부정은 통제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존재하는 통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더 자주 발생한다. 특히 소규모 기업일수록 이러한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내부통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단순한 제도로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향이며, 우리 경제 전반의 신뢰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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