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 전문가에게 듣는다! 미국시스템을 통해 바라보는 국내회계시스템의 발전방향
유진무 파트너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
국내의 부정사고(자금부정, 횡령 등)는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발전하여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더욱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각 기업마다 시스템과 교육을 통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고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국내에서 회계 전문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계시는 딜로이트 유진무 파트너님을 만나 국내 내부회계의 발전방향에 대한 인터뷰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기업소개와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2010년부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하여 14년간 외부감사와 내부회계 용역업무를 주로 해오고 있으며, 미국 딜로이트에서도 파견 활동을 했었던 유진무 파트너입니다.
딜로이트는 전세계 177개국에 걸쳐 활동하며, 40만명 정도가 일하는 큰 규모의 글로벌 회계법인입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딜로이트의 Member Firm 중 하나로, Asia-Pacific 그룹에 속해있으며, 한국에서 회계 및 컨설팅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 내 자금 부정이나 횡령 등의 범죄에 대해 회계법인 종사자이자 전문가이신 파트너님의 입장은 어떠신가요?
최근 2~3년 동안 자금 횡령 등 범죄 사고가 많이 발생해서 '내부통제'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와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해왔습니다. 개인의 고의적 위조와 같은 계획적인 범죄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통제를 구축할 때 프로세스 부분을 보다 신경 쓴다면 부정의 기회를 줄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회사에서 돈이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승인을 받고 나가도록 통제 절차를 심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됩니다. 자금출납 및 계좌관리에 필수적인 통제를 심고, 이에 대한 운영이 잘 이루어 지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방향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회계 윤리 마인드를 임직원에게 고양시키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윤리적인 메세지를 보내고, 내부고발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는 등 이러한 활동을 통해 '부정을 저지를 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감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적인 부분과 전사적인 의지가 결합한다면 높은 확률로 자금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부정사고 또는 내부통제에 대해 약간은 덜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은 어떠실까요?
사실 부정사고는 소수의 악의적인 사람들에 의해 발생합니다. 내부통제는 이를 방지하고 적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선량하게 살아가므로 내부통제로 인해 업무가 위축 또는 추가되는 것에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는 그저 내 일을 충실하게 하고 있을 뿐인데, 쓸데없는 감시가 들어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입장의 괴리감을 해소하고 시스템을 고도화 해 나가는 것이 전문가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회사에 대한 업무 경험도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의 업무 환경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국 자회사 감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미국의 경우 내부 프로세스가 철저히 “매뉴얼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구두 지시를 받고 자금 이체 업무를 수행하고 승인 절차를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는 데 반해, 미국은 100만원, 500만원, 1,000만원 등 금액규모에 따라 승인권자가 각각 정해져 있습니다. 모든 절차가 매뉴얼화 되어있고 이대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프로세스는 발생가능한 예외사항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사고를 방지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반면, 업무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지출하는 경우 2명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매뉴얼일 경우, 1명이 부재중이라면 즉각 지출 처리가 어렵고, 관련 증빙이 마련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90%의 증빙이 갖춰져 있더라도 나머지 10%의 증빙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미국의 방식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방식이 국내에도 점점 도입되고 있는 상황일까요?
내부통제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 상장사가 구축하는 통제는 한국 회사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업무 환경의 큰 흐름입니다. 점점 한국 회사들이 갖추고 있는 통제활동이 고도화 하고 있고, 적절한 증빙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빠른 업무처리 속도와 융통성이 한국의 업무환경이 갖춘 장점이고 이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 매뉴얼 구축, 증빙 준비 등을 생활화하여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게 만든다면 미국 업무환경의 장점 또한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업무환경을 말씀해 주실 때 승인을 예로 드셨는데요. 처리해야 할 승인의 건수가 많아지면 검토없이 승인하게 되는 일명 ‘블라인드 컨펌(Blind Confirm)’이 발생합니다. 미국에도 블라인드 컨펌이 많은지, 이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요?
블라인드 컨펌은 현재 만국 공통의 이슈입니다. 승인 과정에서 적절한 증빙이 갖춰졌는지를 검토해야 하는데, 승인권자들의 승인 분량이 매우 많다 보니 빠른 업무처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블라인드 컨펌 사고가 발생합니다.
미국 회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가급적 자동으로 진행하게 하여 승인권자들의 부담을 많이 감소시키고 있죠.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그만큼 사람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줄여 나감으로써 사고를 방지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도에 대한 법적 기반이 만들어진 이후로, 한국 회사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통제’라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대규모 횡령 사건 보도 이후로 특히 그러한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내부통제라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 아닌 내 업무의 자연스러운 부분이 되면서, 업무 처리 문화가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금사고, 횡령 뿐만이 아닌, 영업과 구매, 인사, 총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적절한 통제절차가 자연스럽게 녹아 든다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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